감따러 가는날
매년 가을이 끝나갈 무렵 가족들과 함께 감을 따러 갑니다
우연히 고향근처 가는길 옆에 서 있는 주인이 있는 지 없는지 모르지만 감나무가 있어 애들과 재미삼아 따본것이 이제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가곤 합니다 마치 우리가 주인인듯이......
감나무는 예로부터 우리와 너무나 친숙하고 다정다감한 나무인거 같읍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돌담으로 둘러쳐진 고향 싸립문을 밀고 들어가면 어김없이 마당 구석에 한 두 그루의 감나무가 심겨져 우리를 반겨주고 있고 오랜 세월 동안 우리생활 속 깊이 차지하고 있는 친숙한 나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과일뿐만 아니라 전통 가구의 장식재로 쓰이기도 하고 몸의 허약함을 보충하는 약재로도 유용하게 쓰여져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수필집에 보면 감나무의 일곱 가지 덕을 예찬하기도 했습니다.
첫째, 한번 심어두면 수명이 오래가고,
둘째, 큰 잎사귀를 갖고 있어서 녹음이 짙고
셋째, 가지에 새가 집을 짓지 않으며
넷째, 벌레가 먹지 않으며,
다섯째, 가을에 단풍이 아름다우며,
여섯째, 열매가 유익하게 쓰이며,
일곱째, 낙엽은 거름으로써도 훌륭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야튼 작년까지는 집사람과 큰애 모두 같이 왔었지만은 올해는 일요일에 할일없는 막내와 저 단둘이 단촐하게 출발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딴감을 집에와서 깍아 실에 걸어 말리면 곶감이되는데 맛도 있지만 아파트안에서 시골처럼 곶감이 말라간다는게 아무래도 삭막한 도회분위기에서 약간은 벗어날수 있는 푸근한 기분도 있구요...
대구에서 출발하여 경주로 가던중 건천 IC에서 빠져나와 조금남 가다보면 우리가 매년가는 그곳이 나옵니다 (정확한 위치는 가르켜 줄수 없음...)
감 따는 기구가 없어 우리는 문방구에가서 철지난 잠자리채를 1500원에 구입하여 고무줄로 꽁꽁 동여매어 빠지지않게 준비를 한다음 감따기를 시작합니다
감따기전 막내가 먼저 한컷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막내가 손에 닿을 정도의 높이의 가지에 감이 몇개 달려 있어 일단 먼저 수확(?)하는 포즈를 취해보고 있는데....
그다음부터 제가 나무가지로 기어 올라가는 수 밖에 없읍니다
감나무는 워낙 가지가 힘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굵은 나무가지위에만 올라서야 합니다 그렇지않으면 나무가지가 부러져 다치기 쉬운데... 옛날에는 감나무 가지가 잘부러져 여자들이 올하가는 것을 엄격하게 막았다고들합니다.
그 대신에 여자들은 오뉴월에 피는 연한 노란빛의 감꽃으로 목걸리를 만들어 걸었는데 그러면 아들을 낳는 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있는 거 같읍니다
오늘은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무사히 감을 따고 돌아오는 길 못근처에서 다시한번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치 승리를 한듯이 막내도 V자를 그리고 있네요
집에와서 감을 깍으면서 정리하다보니 마치 사람얼굴처럼 생긴 신기한 감이 있어 많이 웃기도 하였습니다. 막내는 자기학교 반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릴 예정이랍니다
거실 바닥에 놓고 찍어 보았는데 정말 사람얼굴과 흡사합니다 양옆에 눈만 살짝 그리면 영락없는 사람입니다
몇개 되지는 않지만 올해도 우리집 베란다에서는 가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살면서 여유가 주어진다면 조그만 시골에 유실수 몇그루를 심어 가을이면 가족들과 함께 이런재미를 느끼며 살 날이 언제올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