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부모와 자식

素美 2009. 11. 17. 16:58

며칠전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지겹도록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려왔던 수능이 지나갔습니다.


정말 가족 모두가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서로들 나름대로 많은 양보를 하며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수능 며칠전 집사람은 12년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과 여러 가지 회한으로 인하여 밤늦게 울기도 하였습니다.


모든게 부모의 탓인양 생각되는 이유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주어진 운명의 관계에서 서로의 편의와 약속에 의하여 만들어진‘선택의 관계’가 아니고 오직 서로간의 의무’만이 있는 관계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웬지 내가 부족한 것만 같았고, 내가 조금더 노력하였더라면 더 나은 결과 가 있을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사실로 인해 많은 생각들로 지샌 밤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젠 결과에 대해 담담히 받아들이자며 집사람을 달래기도 하였지만 저 자신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허공을 떠다니는 듯 멍할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소위 명문대학에 대한 내자신의 욕심인지는 모르지만 많은 부문에서 12년의 결과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물론 큰애 자신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 것이고, 또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많은 후회와 아쉬움, 앞으로의 두려움등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때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대목에선 저도 영 자신이 없습니다. 어떻게 이야기해야할 지 무엇을 이야기해야할지....

 

수능날 시험을 치고 나서 싸늘한  집안 분위기는 이제 좀 가라앉아 갑니다만 한걸음만 뒤돌아서 보면 웬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시간을 아버지로서 아주 어렵게 부탁과 애원을 을 한 적도 있었고.....

어떤때는 폭력을 휘두르며 명령을 한적도 있었고....

어떤때는 큰애에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주문을 한 적도 많고 많은데.....


아직은 이해 못하겠지만 내가 한 명령, 부탁, 애원속에는 사랑이 들어있기 때문이란걸 나중에 커서 자식을 갖게 되는 부모가 되면 그 때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될 수 있는 사랑이 들어 있기 때문인데 언젠가 큰애도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될 날이 올것 입니다.


일정기간을 함께 살아 가면서 삶의 문제와 여러가지 감정들을 공유하고,  함께 나누어야 하는 부모와 자식일뿐인데....


큰애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보다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내 가치관대로 지라야한다는 일종의 소유의식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제 이 운명의 끈도 놓고 훨훨 날아가도록 해야할 시기가 서서히 오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나와 집사람을 통하여 이 세상에 오게된 나의 자식인데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에는 허전한 마음을 여전히 달랠 길이 없고 무엇인가 가슴에서 빠져나간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내가 어떻게 할수 있는 나이가 지나버린거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거 같습니다


대학교에 가면 이제는 같은 남자로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어야 할 거 같은데 아직도 내자신도 그런 준비가 많이 되어 있는거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셔서 그동안 부모와 자식노릇을 동시에 하여왔습니다만 자식노릇을 할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부쩍 듭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동안 자식노릇을 즐기면서 잘해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큰애가 자식을 가진 부모가 되어있을때 그때는 나를 더 이해해주리라 믿으며...


오늘은 날씨가 차가운데 퇴근할 때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통 드려야 되겠습니다.